Seoyoon Yi

Seoyoon Yi

Seoyoon Yi
이서윤(b.1992)은 무언가를 그려야겠다는 특정한 생각이나 스케치 없이 캔버스 앞에 선다. 딛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접속해 빠르게 움직이며 -그리고 지우기 / 휘두르고 무마하기-를 반복한다. 이 움직임 속에 맺히는 우연한 형상과 그 형상이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을 빌려 화면을 채우며 순간의 모양과 색, 소리와 냄새, 기분을 재료 삼아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이미지와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은 텍스트를 제목으로 짝짓는다. 오늘 날의 소설, 시, 뉴스, 광고나 캠페인, 노랫말, 친구와의 대화 등에서 의미심장하거나 비현실적으로 (혹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말들이 모여 잘리고 합쳐져 그림의 제목이 되거나 짝글이 된다. 주변의 재료들을 이용한 회화와 텍스트가 나란히 짝지어져 병치될 때, 졸면서 들은 문장이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변해버린 노랫말처럼, 논리적이지 못하지만 그럴듯한 관련성과 개연성이 관객들에 의해 발생-변주되는 과정과 그것 이 가질 수 있는 함의에 관심이 있다. 그 과정에서 흐릿했던 시대풍경의 초점이 맞춰지거나 삶의 진실이 들춰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Seoyoon Yi (b.1992) stand in front of a canvas, without any particular idea or sketch to draw something. Yi moves quickly in the time and place she is at, repeats drawing and erasing / wielding and covering up. She fills up the screen by borrowing the accidental shape in this movement and the imagination it evokes. It is important for her, to move quickly using the shape, color, sound, smell, and mood of the moment as ingredients. Then Yi mates text as the title of the painting, that is not explicitly relevant to images. Funny sentences that come meaningfully or unrealistically (or too realistically) in today’s novels, poetry, news, advertisements, campaigns, songs, and conversations with friends are cut and combined to become the title or a pair text of the painting. Like the sentences we listened while dozing off when the text was paired side by side with the surrounding materials or each one's own songs that changed because we couldn’t remember correctly. Yi is curious about the process in which the illogical but plausible relevance is caused and changed by the audiences and its implications. In this process, perhaps we can see clearly the blurry landscape of todays, or meet the moment of the truth of life.
<Magnet Shades>, Rainbowcube gallery, Seoul
첫번째 개인전 《Magnet Shades》(레인보우큐브 갤러리,2020)는 한국의 양옥집을 개조한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다양한 사이즈의 페인팅이 방 곳곳에 설치되었고, 문틈이나 창틀 등 집의 요소 곳곳에 그림 속 크리쳐가 튀어나온 듯한 낙서들이 전시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평소 동시대 소설, 시, 뉴스기사, 광고나 캠페인 등에서 의미심장하거나 시의적으로 다가온 문장 들을 수집해 자르고 결합한 문장을 그림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 문장들을 엮은 짧은 픽션 <Chairs are everywhere>, 양윤화(b.1993)을 전시장에서 함께 볼 수 있게끔 했습니다. 관객들이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의 방과 방을 옮겨 다니며 나란히 붙지 않은 회화와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들로 이루어진 픽션 사이를 미끄러지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견하길 바랐다. 
Installation view of 《Magnet Shades》 
<Stir the Soup>, art space hyeong, Seoul
두번째 개인전 《휘 휘 수프를 저어》는 8점의 페인팅과 9개의 짧은 픽션을 엮은 미니북, 관객의 능동적인 관람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작동 하도록 기획한 전시다. 전시는 생명 기원의 탄생을 가정하기 위해 원시수프를 만든 어느 과학도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플라스크에 이런 저런 재료(메탄, 암모니아, 수소) 를 섞어 수프를 만들고 전기에너지를 가하면 생명의 단서(유기물)를 발겨할지도 모른다는 어느 과학도의 상상처럼,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은 이미지(회화)와 텍스트(픽션)가 섞여 관객의 능동적인 감상을 만나면 오늘날을 반영하는 새로운 서사와 해석이 탄생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Installation view of 《Stir the Soup》
21 Century Paintings, Seoul
하이트컬렉션은 2021년 젊은작가전으로 «21세기 회화»를 개최했다. 11명의 작업을 통해 오래된 매체인 회화를 과거 또는 현재완료가 아닌 미래완료의 시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했다. 작가들은 회화를 읽어온 관습에 질문을 던지며 이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전통과 닿아 있으면서도 새로운 전거를 만들고자 하는 한편, 예술을 통한 사회적 실천과 삶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이서윤은 전시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부분을 맡았는데, 전시장 한 가운데는 마치 천장으로 뻗은 나무와 닮은 구조물을 제작해 그림을 얼기설기 걸었다. 관객이 보는 위치에 따라 그림의 뒷면이나 옆면이 보이기도, 그림 너머 그림이 보이기도 했다. 관객들이 구조물 주위를 돌며, 그림과 그림 사이로 흐르는 표정과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변화시키기를 의도했다. 
Installation view of 《21st Century Paintings》